배움의 동반자 :: 희망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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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그룹 사보에 나온 희망야학
이 름 희망야학  
날 짜 2005-09-20 09:31:36
조 회 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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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다, 나에게는 다른 구원은 없다. 내가 거느리는 것이라고는 (알파벳의)스물 네 글자, 스물 네 개의 납인형 병사들뿐이었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자전적 글에서 창작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고백한 탄식조의 한 구절이다. 그러나 그 글자 때문에 탄식하는 이들은 우리 주변에도 있다. 다만 그들은 이 먼 나라 작가와는 달리 글자를 다스리기는커녕 글자만 보면 오히려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이다.

글자가 낯설은 기호로만 다가오는 사람들. 그들은 나라 전체로든, 개개의 가정으로든 소수에 속하므로 부끄럽고, 그러므로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 역시 글자를 알고 싶고, 거느리고 싶다.



“딸에게 조차 드러내지 못하고, 심지어 남편도 모르게 다니시는 분들도 있어요. 하루 내내 힘든 일을 하시고도 7시부터 이곳에 나와 매일 세 시간씩 수업을 받으시며 하나라도 더, 조금이라도 빨리 글과 셈을 깨우치시려는 어머님들을 대할 때면 편안하게 공부한 저희가 오히려 부끄럽지요. 글자를 가르치면서도 진정한 선생님은 저희가 아니라 그분들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최미진, 광주교대 2년)

어려운 세월을 사느라 미처 한글조차 익히지 못한 분들을 비롯해서 저마다 마주한 형편과 사정으로 공부할 기회를 놓친 사람들에게 지식을 나누어주는 야학교실 ‘희망학교’. 이곳의 자원봉사자 교사들은 이렇듯 늘 가르치면서 배운다.

전라남도 광주시 계림동에 위치한 ‘희망학교’가 처음 생긴 것은 지난 1968년. 전남 화순군에서 불우한 청소년들을 위한 야학교실로 첫 배움터를 열었다가 현재의 장소로 옮긴 것은 지난 88년. 현재는 약 40여 명의 학생들과 27명의 교사들이 한 식구처럼 생활하고 있다. 초등학교 전학년 과정에서부터 중등, 고등학교 과정까지 모두 5개의 정규반이 있고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 조차 소화하기 힘든 이들을 위해 최근에는 6개월 코스의 한글 기초반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수업료는 모두 무료. 교사들과 학생들간에 주고받는 것이라곤 서로의 정과 지식이 전부다.

‘희망학교’교사들은 전남대나 조선대, 광주교대와 광주여대 등 광주 인근 대학의 학생들. ‘야학이 뭐하는 건지 전혀 알지도 못하고’ 들어온 회원부터 ‘예비교사로서 미리 경험을 쌓고 싶은’ 사대나 교대 회원, 또는 ‘검정고시 출신이어서 그 경험을 나눠주고 싶었다’는 회원, ‘학교에 걸린 「아깝다, 청춘! 야학도 못 해보고…」 란 현수막 글귀에 이끌려 왔다’는 회원 등등 야학활동을 하게 된 동기는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이 자원봉사라고 해서 적당히 남는 시간을 이용해 강의한다고 하면 큰 오산. ‘희망학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체계가 공공교육체계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교사들에게도 엄격한 룰이 적용된다. 교무를 맡고 있는 오은주(전남대 사회교육 2년)씨가 전하는 교사내규는 엄격하다.



“처음 들어오면 약 3주정도의 교육을 받고 이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에 한해 정식 교사로 활동하게 되는데 교사로 임명이 되면 교사내규를 철저히 지켜야 해요. 일단 교사직을 맡으면 반드시 1년 간은 의무적으로 임기를 채워야 하고 수업은 일주일에 두 번, 당직은 한 달에 한 번, 그리고 역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교무회의에서 결정된 행사에 반드시 참석해야 합니다.”

이외에도 수업이 끝나면 반드시 수업일지를 작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봄, 가을 소풍과 교사수련회 및 체육대회, 학교 축제 준비 등, ‘희망학교’의 프로그램은 가능한 기존의 학교체제를 따르고 있다. 당직자는 가장 먼저 와서 문을 열고 교실과 화장실 청소, 또 늘 저녁마다 한솥밥을 먹는 교사들을 위해서 식사준비와 설거지 등을 책임진다. 라면과 밥이 주메뉴이자 기본메뉴이고 가끔 솜씨 좋은 회원들은 초밥이나 볶음밥, 찌개 등을 올리기도 한다고. 때문에 저녁메뉴는 곧 그 회원의 ‘주가’와 비례한다.

“흔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가족적이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저희는 매일 저녁을 함께 먹다 보니까 정말 한 식구 같아요. 그래서 ‘야학은 정에 이끌려서 한다’라는 말을 갈수록 절감하게 되지요. 통상 임기는 1년이지만 1년 반이나 2년 정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그런 ‘정의 힘’때문일 거예요.”(임수희, 광주교대 2년)


하지만 볼 것 많고 할 것 많은 대학 초년생들이다 보니 때로 힘겨울 때도 있다. 특히 ‘휴강’은 절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시험 기간 등에는 늘 시간에 쫓기기 일쑤. 일주일에 두 번이라고는 하지만 매주 규칙적으로 시간을 내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듯 했다.
하지만 ‘희망학교’에 다니는 사연 많은 학생들을 보면 휴강을 할 수 없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5, 60대의 나이 드신 분들을 비롯해 경제 사정으로 도중에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청년, 학습장애로 중학생이면서도 실제 학습수준은 초등학교 3,4학년 수준의 소년 등 ‘늦깎이 학생들’의 이력도 다채롭기 때문.

그래서 “뜻을 세우는데 늦다는 법은 없다.” 교무실에 걸린 글귀 한 줄은 이곳 학생들의 응원구호다. 그렇게 결코 늦은 법이 없는 ‘희망학교’의 시계바늘은 언제나 배움을 향한 열의에 맞춰져 있다.
연락처|희망학교 062-525-9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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